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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꽹과리 치는 마을 광대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6B020102
지역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작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조택희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두레패가 신명나게 한판 벌이면 정말 흥이 나고 즐거웠지요.”

시골 마을에서 두레는 농사일의 어려움을 상부상조로 극복했던 가장 전형적인 공동체조직이었다. 두레박, 용두레, 두레 길쌈 따위에서 보이듯 두레 자체가 고유의 우리말인데 두레는 초여름에 조직을 정비해서 모내기가 끝나면 시원한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서 두레를 이끌어나갈 일꾼들을 뽑았다. 집중적으로 김을 매기 시작하는 여름은 매우 더운 철이라서 머리에 곧바로 내리쬐는 볕에서 일시에 많은 논을 맨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두레꾼들은 풍물을 꾸려서 악기를 치고 신명을 내러 논두렁으로 들어갔다.

두레는 1970~1980년대 민중연희운동의 화두이기도 했다. 수미일관하게 일과 놀이를 추구했던 놀이패들은 당시대의 이상향으로 대동세상을 꿈꾸었으며 두레에 천착했다. 농군들의 볏가리 쓰러뜨리기 축제, 호미를 모두어 일꾼들의 의식을 거행하는 호미 모둠, 머리에 지고 온 참을 먹는 공동식사의 한마당, 칠월 칠석날 두레잔치를 벌이면서 결산하는 호미씻이, 두레의 풍물패가 벌이는 합굿, 두레패들끼리 선후를 정하여 인사를 하는 기세배, 있는 힘을 다하여 치고받는 두레싸움 등이 이루어졌다.

“두레패를 하면 동네사람들로 구성해가지고 하는데 지금은 다들 돌아가시고 여직 생존해 계시는 분들은 없지. 그래도 그때 사용하던 도구들은 우리 집에 계속 있었어요. 장구랑 이것저것 다 있는데. 그런데 계속 가지고 있다가 내가 집을 짓느라고 고물장수한테 모두 넘겨버렸지. 나야 뭐 할 줄을 모르니까 나한테는 필요가 없는 물건들이니. 그래도 그 때 생각하면 그렇게 신명나게 한판 벌이는 게 정말 신이 나고 즐거웠는데, 지금은 세상이 변해서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참 안타까운 마음만 드는 거지.”(이창갑, 작동 지역 원로, 1941년생) (조영제, 작동 지역 원로, 1943년생)

이처럼 작동 또한 마을의 궁핍한 가난을 몰아내고 농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협동하는 두레 농업을 실천에 옮겼다. 돼지를 공동으로 구입하거나 노지에 고구마를 재배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농사 생산량을 늘렸다. 또 서로 간에 새로운 농사법을 터득하여 마을에 보급하는 등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작동은 유서 깊은 마을답게 두레, 당제, 농기 뺏기 등 유서 깊은 문화유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두레는 논매기를 목적으로 결성되었지만 모내기나 콩밭매기에도 동원된 특이한 전통을 갖고 있다. 조직은 연장자로 좌상을 삼고 기예가 출중한 사람으로 상쇠를 뽑아 운영하였다.

여름 논맬 때가 되면 깃발 폭이 한아름 되는 광목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써서 힘센 장사는 ‘꼬나들고’ 그렇지 않으면 배에다 띠를 둘러메고 나갔다. 그 뒤에 북 치고, 꽹과리 치고, 장구 치고 나가면 ‘으리으리하고, 사는 것 같았다’고 한다. 두레에는 동네사람들이 모두 참가해야 했다. 두레가 기본적으로는 노동조직이지만 동네단합의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마을 농번기에 이곳저곳을 맴돌며 춤과 노래, 곡예를 펼치던 두레패들. 이들이야말로 어느 시대에서나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애환을 나눠온 당대의 대중스타가 아니었겠는가. 삶의 고단함 속에서 예술과 놀이, 연희를 베풀며 농민의 시름을 달래 온 그들의 세계관은 매우 생동감이 넘친다.

당시 두레패의 구성은 상쇠 1명, 부쇠 1명, 징 1명, 장구 1명, 북 1명, 법고 5명 내외 호적 1명으로 구성되었고 두레패 전체는 20명 내외였다. 마을 전체 인원에 비해 풍물패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그럼 일은 누가 해요?’라고 아둔한 질문을 했더니, ‘아, 이 사람아 풍물패는 하루 종일 악기만 두드리나’라는 핀잔이 날아왔다. 주로 두레패는 이른 아침 마을회관에 모여 기수와 풍물패를 앞세우고 일할 장소로 이동하면 농기를 꽂아 놓고 선소리꾼의 소리에 추임새를 넣으며 일을 하였다고 한다.

[정보제공]

  • •  이창갑(작동 지역 원로, 1941년생)
  • •  조영제(작동 지역 원로, 1943년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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