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5015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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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漢學者韓氏- |
영어의미역 | A Scholar of Chinese Classics, Mr. Han's False Show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이동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이현우 |
[정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서 한학자로 알려진 한씨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1989년 5월 18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서 최내옥, 김경화, 이정임, 송현정이 채록하여 1989년 한양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발간한 『한국학논집』에 수록하였다. 제보자는 김순봉[남, 당시 73세]이었다. 이후 1990년 내고장안산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내 고장 안산』에 수록되었고, 1999년 안산시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안산시사』에 재수록되었다.
[내용]
안산시 상록구 이동에 조기나루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한씨라는 학자가 한 분 있었다. 한씨 문중의 학자로서 아주 유명한 분인데, 그 양반은 한일합방이 됨과 동시에 자신이 미치지 않았음에도 미친 짓을 했다. 일본 놈들만 보면 그저 닥치는 대로 불평불만을 털어놓고, 욕을 퍼붓고, 별의별 욕설을 다 했는데 미치지 않고는 그럴 수 없었다. 당시 수암주재소에서 잡아다가 문초를 했는데 결과는 분명 미쳤다는 것이다. 실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미친 게 아니고. 복수심이라고 할까, 원통하고 분해서 일본 놈들을 저주하고 욕을 해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일본 놈들 욕을 해대고 다녔지만 일본 놈들은 그분을 유치장에 못 넣었다. 미친 사람이니까.
그분은 어떻게 세상을 지내 왔느냐 하면, 집에서는 잠만 잘 뿐 먹지도 않고 그냥 나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이 좋든 언짢든 집에서는 잠만 잘 뿐 늘 나와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디로 돌아다니느냐 하면, 그 때만 하더라도 한문서당이 많이 있었는데, 그 한문서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글도 가르치고 밥 한 술 얻어자시고, 또 들일하는 데 가 들밥도 얻어먹으며 살았다.
그런가 하면 매일 날콩과 솔잎을 뽑아 걸어 다니면서 씹어 자셨다. 그렇게 날콩을 먹고 솔잎을 먹고 하니 소화가 잘 될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이분이 식수를 뭘로 사용했느냐 하면 자기 소변을 받아 마시는 거였다. 그래서 아예 소변 바가지를 옆에 차고 다녔다. 이러니 일본 놈들이 이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을 안 할 수 없었다. 자기 오줌을 받아 마시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일본 놈들을 욕을 하든 말든 무시해 버렸다
내가 이 사람의 사연을 들어본즉, 한일합방이 되기 약 달포 전에 한양에서 과거를 봤는데, 초시에 합격을 했단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예비고사에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분이 머잖아 벼슬을 해야 하는데 일본 놈이 들어와, 합격은 되었으나 벼슬길이 끊겨 버린 것이다. 정말 분심이 안 일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 놈들에게 그렇게 욕을 해댄 거라고 한다. 이분은 누구 하나 그 자취를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참 안타깝게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이분은 생전에 아주 우스운 노래를 자주 불렀다. “왜 왔드냐 왜 왔드냐, 울고 갈 길을 왜 왔드냐.” 이 노래를 몇 수만 번 되풀이 불렀다. 길을 걸어가다가도 맨날 “왜 왔드냐 왜 왔드냐, 울고 갈 길을 왜 왔드냐.” 그런데 이건 일본 놈들을 향해 한 얘기로. 머잖아 너희는 울고 갈 거라는 뜻이었다
또 한 가지, 한일합방 이후 우리 한국 젊은이들은 학교를 잘 안 갔다. 그래서 일본 순사 놈들이 잡으러 다니곤 했다. 이때 이분은 길을 다니면서 머지않아 일본 놈들은 망해 갈 테니까 일본 공부는 하지 말고 우리나라 글을 배우라고 했다. 그래서 그분 말을 들은 건지 어쩐지 세월이 흐르다 보니 결국 학당을 많이 다녔다.
나는 지금까지도 서당에서 공부할 때 그분이 내 등을 어루만지면서, “아무쪼록 너희들은 왜놈들이 머잖아 물러갈 것이니 우리나라 글을 잘 배워 훌륭한 사람 되라.”는 그 얘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내 생각으로는 그분은 미리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을 아는 예언자 아니었느냐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저기 한씨 문중 사람들에게 “당신네 문중에서는 한학자 그분이 제일 유명한 분이다.”라고 농을 하고는 했다.
[모티프 분석]
「한학자 한씨의 가짜 미친 짓」의 모티프는 ‘한학자 한씨의 기행’으로, 제보자였던 고(故) 김순봉이 일제강점기에 실제 만나보았던 한학자 한씨 이야기이다. 일본이 망할 것을 알고 애국충정에서 기인한 미친 행동을 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우리말 교육을 독려하며 살았던 한씨의 삶이 한 편의 이야기로 살아나고 있다.